창간사

創刊辭

1957년 『월간 결문학』 창간호
초대 주간의 창간사

창간호를 세워 둔 사진

한 시대의 글은 그 시대가 끝난 뒤에야 제 무게를 드러냅니다. 우리는 지금 쓰이는 글 가운데 오래 남을 것을 골라 싣는 일을 이 잡지의 첫째 일로 삼습니다.

당장 읽히는 글과 오래 읽히는 글은 다르고, 그 차이를 가려내는 데 잡지의 쓸모가 있습니다.

문학은 다른 예술과 이웃하면서도 홀로 섭니다. 그림과 음악이 감각에 먼저 닿는다면 문학은 말을 거쳐 생각에 닿습니다.

말을 다루는 일이 가볍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본지는 말을 아끼고, 말의 쓰임을 따지는 글을 반깁니다.

본지는 어느 한 무리의 기관지가 되지 않습니다. 동인의 이름으로 글을 고르지 않고, 작품마다 그 값으로 고릅니다.

이름 없는 신인의 원고와 이름난 작가의 원고를 같은 자리에서 읽습니다.

본지가 말하는 ‘결’은 앞 세대가 남긴 글의 무늬입니다. 본지는 그 무늬를 이어받되 그대로 베끼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본지는 지난 글을 공부하는 일과 새 글을 찾는 일을 함께 합니다.

잡지 하나가 문학의 사정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매달 정해진 날에 정해진 분량을 내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본지는 이 일에서 시작합니다.

이 땅에서 글을 쓰는 모든 이에게 지면을 엽니다. 원고를 보내 주십시오.

그리고 읽는 이들의 엄한 눈을 기다립니다.